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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INTERVIEW – 올해의 그랑프리] 평범한 줄무늬 티셔츠가 세상을 바꾸다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 2025. 10. 23. 15:23

[수상자 INTERVIEW – 올해의 그랑프리] 평범한 줄무늬 티셔츠가 세상을 바꾸다

- MullenLowe TREYNA 크리에이티브 팀

 

지난주에는 제품·서비스 부문(Product & Service, P&S) 올해의 그랑프리 수상작,
태국 WOLF BKK의 Uncle KFC’s Rice Bowl 캠페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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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공익광고(Public Service Advertising, PSA) 부문에서 올해의 그랑프리(Grand Prix of the Year)로 선정된 SCOLIOSIS PHILIPPINES‘Scoliosis #StripesFitCheck’ 캠페인을 만나봅니다.

 

누구나 옷장에 하나쯤 가지고 있는 줄무늬 티셔츠.
그 옷이 척추측만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놀라운 발상은 필리핀의 MullenLowe TREYN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필리핀에는 약 340만 명의 사람들이 척추측만증(scoliosis)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이를 알아채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고,

교정 비용 또한 급격히 커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척추측만증 인식 비영리 단체인 Scoliosis PH (Scoliosis Philippines)는
일상 속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조기 진단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바로 ‘줄무늬 셔츠’를 활용한 #StripesFitCheck이었죠.

 

이 캠페인은 척추 전문의들이 사용하는 체형 검사 도구인 ‘포스처 그리드’를 줄무늬 티셔츠의 패턴으로 대체했습니다.

어깨, 엉덩이, 갈비뼈 등 신체 균형이 미세하게 틀어져 있을 경우
줄무늬가 수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누구나 옷장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티셔츠 한 벌로
척추의 휘어짐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캠페인의 시작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미스 유니버스 2018 우승자이자 사회운동가인 Catriona Gray

자신의 척추측만증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StripesFitCheck에 참여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줄무늬 셔츠 인증 영상을 올리며

자발적인 온라인 참여가 이어졌습니다.

맥도날드의 줄무늬 마스코트 ‘햄버글러(Hamburglar)’까지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캠페인 파급력은 폭발적으로 커졌고,

결국 필리핀 정부가 전국 규모의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National Stripes Day’를 공식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과 또한 놀라웠습니다.
홍보나 미디어 예산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캠페인 영상은 2억 건 이상의 조회수, 2억 1천만 회 이상의 노출,
그리고 700만 회 이상의 홈페이지 방문을 기록하며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건강을 위한 사회적 도구로 전환한 아이디어,
그리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강력한 메시지 덕분에
#StripesFitCheck은 필리핀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건강 인식 캠페인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기술이나 유명인, 화려한 연출보다 깊은 통찰과 따뜻한 진심으로

세상을 움직인 이 캠페인을 이끈 MullenLowe TREYNA의 Stephanie Velasco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Q.  Scoliosis #StripesFitCheck은 단순하면서도 놀라운 아이디어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나오게 되었나요?

 

A. 가장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때때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 캠페인의 카피라이터인 한나 칭(Hannah Ching)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견했습니다.

 

한나는 13세 때 척추측만증 초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행사에서 드레스를 맞춰 입던 중, 재단사가 “옷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고 지적했죠.
18세가 되었을 때는 증상이 심해지고, 옷맵시가 점점 더 비대칭으로 변하며 통증도 심해졌습니다.
그 시점에서 치료는 통증 완화 정도만 가능했고, 유일한 해결책은 값비싼 수술뿐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나는 “자신보다 어린 세대가 조기에 척추측만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은 아주 단순한 진실이었죠.
사람들이 그녀의 증상을 처음 알아차린 것은 바로 ‘옷의 핏’ 때문이었습니다.

 

이 인사이트가 바로 #StripesFitCheck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줄무늬 티셔츠를 이용해 척추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익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Q.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캠페인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었나요?

 

A. #StripesFitCheck는 지금도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캠페인입니다.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여러 로컬 아티스트들이
그림과 콘텐츠를 제작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또한 정부 산하 보건기관들도 온라인상에서 캠페인을 지지하며
직접 홍보물과 게시물을 제작해 참여했습니다.
이 덕분에 캠페인은 더 넓은 도달력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마닐라 지역 초등학교들과 협력해 ‘School Stripes Day’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날에는 척추측만증이 가장 흔히 나타나는 초등학생들이 줄무늬 옷을 입고 등교합니다.
Scoliosis PH 자원봉사자들이 짧은 교육 세션을 진행한 뒤 학생들의 자세를 실제로 체크하며,

이상 징후가 발견된 학생은 인근 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전문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맥도날드와 필리핀 정부가 함께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성사된 일인가요?

 

A. 캠페인의 초반에는 자원봉사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되었어요.
특히 Catriona Gray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자연스럽게 캠페인을 공유하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 틱톡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사용자가 “맥도날드의 캐릭터 햄버글러(Hamburglar)가 줄무늬 옷을 입고 있다”고 언급했고,

사람들이 “맥도날드도 #StripesFitCheck에 참여하라”고 댓글을 달기 시작한거죠.

 

결국 맥도날드는 공식적으로 자체 버전을 제작해 참여했고,
이로써 캠페인은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필리핀건강보험공단(PhilHealth)과 필리핀물리치료사협회(PPTA) 같은 
보건 단체들도 캠페인의 파급력을 확인하고 공식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StripesFitCheck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공신력 있는 건강 인식 캠페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Q.  캠페인용 줄무늬 셔츠를 제작해 판매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A. 이 아이디어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한 옷을 해결책으로 바꿨다는 점에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할 필요가 없었죠.

 

우리가 바란 것은 오직 인식 확산뿐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고,
척추측만증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한 명의 아이라도 이 캠페인을 통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해
심각한 단계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인식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 것이니까요.

 

Q. 이 캠페인은 세계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확산 계획도 있나요?

 

A. 현재는 필리핀 내에서 척추측만증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누구나 쉽게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 물론 해외 확산도 환영합니다.


그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확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Q.  MAD STARS 올해의 그랑프리 수상이 MullenLowe TREYNA에 어떤 의미였나요?
또 광고제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MAD STARS 올해의 그랑프리 수상은 우리에게 “늘 더 크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때로는 브리프와 마감에 쫓기며 본질을 잊을 때가 있지만,

우리는 결국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수상은 우리가 판매나 포맷을 넘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습니다.

우리가 가진 창의력을 세상을 위해, 문화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뜻이죠.

 

이런 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효과적인 캠페인’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생각’을 인정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MullenLowe TREYNA 크리에이티브 총괄이사(ECD) Roman Carlo Olivarez

 

MullenLowe TREYNA의 #StripesFitCheck
한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낸 캠페인이었습니다.
줄무늬 티셔츠 한 벌이 건강 인식 개선의 도구가 되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억지스러운 광고도, 거창한 연출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 덕분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참여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캠페인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죠.

 

이 캠페인은 광고가 단순히 ‘판매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의적 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MAD STARS는 앞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용기 있는 아이디어를 응원합니다.


새로운 주제와 함께 돌아올 MAD STARS 2026,
내년에는 또 어떤 캠페인이 세상을 놀라게 할지 기대해 주세요.